가벼운 독서 감상

두낫띵클럽과 배달의 민족 출신으로 유명한 이승희 마케터님의 책, '기록의 쓸모'를 읽었다. 책은 1월에 완독했다. 후기를 늦게 작성하는 이유는 정말 1월 막바지와 2월 초반이 많이 바빴음을 알려준다. 사실 핑계다. 🙊

사실 이 책이 출시됐을 때, 사당 파스텔시티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덥석 집어들고 계산대까지 갔었지만 구매를 못 했었다. 그 뒤로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꾸준하게 적혀만 있었다. 직장을 옮기고 여유가 생겼고 무엇보다도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고 있어서, 다시 이 책을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열심히 찾았다. 그리고 지난 1월의 마지막날 다 읽었다.

작가님이 얼마나 기록에 빠져있는지 명료하게 전달되는 책이었다. 단순히 종이에 연필을 이용해서 글의 형태로 적는 사전적인 의미의 기록만 하지 않았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해서 기록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삶을, 내가 좋아하는 '문장'으로 잘 전달했다. 목표가 있는 기록과 습관이 된 기록을 얼마나 자신있게 소개하는지가 책 속속마다 드러난다.

책을 읽기 전에 마주했던 알라딘 모바일 앱의 '너무 뻔한 말들로 형용되고 있다..' 는 별점 리뷰로 책 구매를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회 완독한 그 시점에 책을 덮은 뒤의 감정은 '사회 초년생이 되기 전에 읽었으면 좋았겠다' 였다. 리뷰는 주관적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더 주관적으로 해석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리뷰는 '쓰고 싶어진다'이다.

마킹하게 만든 책의 문장들과 나의 생각

이번 독후감 블로깅도 문장들을 줍줍했다. 기록하고 싶은 문장들을 소개하고 내 생각을 미약하게 붙여본다.

p.37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될 수 있다. 기록된 것을 작업이나 자신의 삶과 연결시킬 수 있다. 이를 실행이라고 한다. 관찰하고 실행하는 것. 그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기록이다.

모든 행동은 목적과 의미가 있는 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 점들의 사이를 연결하는 선을 기록이라고 표현하는 문장이 잘 와닿았다. 그렇게 연결하는 선을 긋는 작업을 실행이라는 단어로 잘 비유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보통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그 때, 계획을 기록하지 않으면 실행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기억 안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꼭 순간순간이라도 기록해서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p.62
상대방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자. 어떤 이유에서건 '빈틈'과 '여백'은 머릿속에 생각할 공간을 만들어준다. 생각할 빈틈을 주자.

나는 보통 상대가 말하는 중에 머리속으로 다음 답변이나 새로운 에피소드를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대화가 막힌다는 느낌을 사뭇 싫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을텐데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는 핑계로 티키타카가 잘 맞는 대화를 선호하게 된 경향이 있다. 내가 전하는 말에도 '여백'을 심어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p.79
고통이 기본값인 인생이기에 드물게 찾아오는 그 행복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요즘 특히 공감되는 문장이다. 서울에 혼자 살면서 금전적인 고통이나 외로움으로 비롯되는 고통들이 일상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 도중에 오는 친구의 전화가 그렇게 반갑더라. 그 짧은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도 행복은 드물게는 말고 주기적으로 와줬으면 좋겠다. 🙇‍♂️

p.128
내가 풀어갈 인생이 객관식이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내가 고민하던 것들이 보기에 나열되어 있고, 그 안에 답을 찾고 OMR 카드에 옮긴 뒤 엎드려 쉴 수 있는 삶이길 바랬다. 가끔씩 수정 테이프로 답을 고치는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답이 정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은 너무 무료하다고 생각한다. 삶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답을 찾아가는 식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렵기는하다. OMR 카드를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삶도 객관식 문항으로 고대로 옮길 수가 없다는 작가님의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중학교 때, 나만 그런 추억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교실의 형광등을 2초 이상 바라보고 다시 OMR 카드의 못 채운 빈칸을 응시한 기억이 있다. 형광등신의 계시인지는 몰라도 항상 유독 한 칸에 형광등에서 옮겨온 붉은 빛이 머물러 있었다. 살아갈 때 그렇게 우연의 계시로 삶에 대한 정답이 보이면 좋겠다. 모든 순간에 말고.

p.148, 224
관찰은 다른 말로 하면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이다. 영감을 얻으려면 집요하게 관찰해야한다. 무엇이 좋았는지 스스로와 대화를 나눠야 하며, 내 활동범위보다 더 넓게 더 많은 경험을 해야한다. '영감을 얻으려면 시간을 내야한다.'

새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담당한 일을 하나 처리하면 회고를 하는 문화가 있다.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할 때를 대비하는 목적도 있고, 스스로 모자란 부분을 파악해서 다른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는 문화다.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보면서 회고하는데, 처음 할때는 어찌나 오글거리던지 붙잡고 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다시 나를 관찰하니 보이지 않던 것이 제법 많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고칠 것 투성이인 스스로를 다 내려놓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회사의 문화와 동료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나는 평소의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대학교 시절, 창업과 관련된 수업을 들을때마다 교수님들이 주구장창 떠들었던 소리였다. '세상의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고. 대학교에서 헛된 가르침만 얻은 것은 아닌가 싶다. 일상을 관찰하는 것의 유용함은 작년에 가장 즐겁게 읽었던 유병옥 카피라이터님의 책에서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다시 깨달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게 많았던 단어는 '행복'이었다. 행복은 단어가 생긴 것도 둥글둥글해서 아름다운데 얻었을 때의 기분도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순간이 행복했다. 수집한 문장 중에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한 한 줄을 적으면서 이번 독후감 블로그도 마무리한다.

"행복은 일회용 같아서 들었을 때 바로 써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