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Toss)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토스(Toss)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대다수 초창기 사용자가 그러했듯이, ‘간편한 송금’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대학생이던 당시에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간단한 간식을 먹더라도 더치페이를 했기 때문에 돈을 보내는 간단한 금융 행위가 일상에서 자주 반복되었다. 돈을 받을 친구의 ‘전화번호’만 알면 문자로 송금을 해줄 수 있다는 간편함에 넘어가서, 앱을 다운로드하고 계정을 생성해서 송금까지 진행했었다.

(*App Store에서 찾아보니, 처음 앱을 다운로드 했던 순간이 무려 2016년 7월이다.)

지금은 모든 금융 업무를 (대출과 같이 특정 은행에 귀속되어야 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외하고) 토스에서 수행한다. ‘내가 이용하는 이게 금융 서비스가 맞나?’ 싶은 것들도 토스 앱에서 터치하고 있다. 내 하루의 1/2 정도를 스마트폰, 스마트 기기와 함께하고 있는 지금 나는 왜 토스를 사랑하고 있을까?

내가 토스를 사랑하는 이유들

미친 간편함.

토스는 간편하다. 송금을 한 번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장점이다. 앱을 켜고 송금 버튼을 눌러 *계좌/연락처를 선택하고 금액을 입력해 인증만 성공하면 완료다. 글로 적으니까 단계가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금융이 모바일 중심이 아니었던 시기의 ’송금‘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간편해진 것인지 알 수 있다. (*계좌나 연락처를 아는 상태로 복사/붙여넣기 형식으로 더 빠르게 송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토스 디자인 시스템과 이제는 꽤나 유명해진 것 같은 토스의 문장들은 간편함과 궁합이 잘 맞다. 복잡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금융 서비스를 짧은 뎁스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토스 앱을 켜는 순간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가 쉽게 찾아진다.

토스의 메시지.

토스는 이해하기 쉽다. 앞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토스의 문장은 해석에 대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이 소요될 수 있는 피동적 표현이라던지 한자어 등을 과감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5,000원을 보냈어요.’와 같이 유저가 알아야 하는 정보를 가장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게 고민한 흔적이 앱 전반에서 느껴진다.

인터랙티브한 인터페이스 요소는 토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매력적으로 제공해준다. 토스뱅크의 3d로 돌아가는 체크카드나 정보를 조회할 때 귀여운 인터랙션이 반복되는 로딩등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메시지와 함께 사용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토스의 끈질김.

토스는 끈질기다. 앱에서 한 번 이상 송금을 해본 유저가 간편한 기능 이외의 것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신경쓴다. ‘랜덤 브랜디드 쿠폰’이나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끓었던 ‘토스 행운퀴즈’와 같이 기존 유저를 잡아두면서 새로운 유저를 자연스럽게 초대할 수 있는 장치를 보면 경이로울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을까?’

최근에 업데이트된 ‘주변에 토스를 켠 0*0님이 있어요’ 역시 신선했다. 토스를 켜는 행위만으로 나와 내 친구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 체인을 만들었다. 토스는 확실하게 앱 자신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만드는 그런 장치를 정말 잘 만든다. (*회사 화장실에서 송금 보낼 일이 있어 토스앱을 켰는데 동료가 갑자기 고맙다는 디엠을 보낸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토스 페이먼츠는 춘추페이전국시대에서 아직 완전한 선두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저절로 토스 프라임이라고 하는 토스의 구독 서비스에 큰 눈길이 가지 않는 것 같다. ‘OO페이를 이용하면 결제 금액의 n%를 적립해드립니다’ 라는 형식의 혜택성 구독 서비스의 너무 막강한 경쟁자 ‘네이버페이 플러스 맴버십’의 아성을 아직을 뛰어넘기 힘든 것 같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토스페이를 써보면 얼마나 편한지에 대한 기능적 경험이 생성되지만, 네이버페이라는 선택지가 함께 주어진다면 선뜻 토스페이 버튼을 터치하지는 않게된다.*

토스 프라임을 통해서 적립되는 토스머니가 실제 돈처럼 잘 사용될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이 누적되면 유저도, 그리고 토스도 좋은 윈윈 서비스가 될거라 생각한다.

(*물론, 토스페이를 주력 페이 서비스로 활용하는 유저에게는 토스 프라임이 아주 적절한 구독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삼국지 속 토스

위에서도 말했지만, 모바일 퍼스트가 코로나로 인해 더 단단해지면서 페이먼츠를 포함한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가 ‘모바일 온리’로 가려고 하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가 이 시대의 모바일 금융 시장에서 위,촉,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대국민적으로 계정이 있는 카카오는 이 시장에 ‘플랫폼’의 위력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한 유저의 계정에는 여러 친구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친구에게 송금은 확실히 카카오가 편하다’라는 인식을 쉽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비스 자체도 정말 간편하다. 토스의 간편 송금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전문 은행 1세대로 은행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초창기의 매번 새롭게 놀라웠던 경험이 지금까지 유지되지는 않는다. 인터랙션과 UX에 빵빵하게 신경을 쓴 토스에 ‘새롭다’라는 경험의 요소를 많이 넘겨준 것 같다. ‘카카오뱅크에 춘식이/라이언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라고 상상을 많이 해봤었다.

네이버는 포털이 잘 할 수 있는 모든걸 한다. 소비를 위한 검색/검색한 제품이 매력적이게 보이게 할 수 있는 플랫폼/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페이 수단을 네이버 앱 하나로 제공한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는 ‘페이먼츠’에 정말 집중하는 것 같다. 유튜브 프리미엄 이후로 ‘당연하게 구독해야 하는 서비스’에 ‘네이버 플러스 맴버십’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주변에 네이버 플러스 맴버십을 안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국내시장에서 토스의 가장 큰 경쟁자도 네이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토스가 네이버와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은 독립적인 뱅킹 시스템이 있고, 토스는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카카오뱅크가 이끌었던 새로움을 토스의 방식으로 더 간편하게 잘 풀었던 토스가 네이버를 넘어선 춘추전국 시대의 패자(霸者)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제품이자 브랜드 토스는.

토스를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정말 간편하다’라는 인식이 ‘어? 토스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어? 이런 불편함을 토스는 이렇게 풀어냈네? 역시 토스야’로 크게 확장되었다. 토스 앱에서 금융 서비스 외의 새로운 것을 매일 이용할 수 있겠다는 즐거움은 덤이다.

토스팀이 발간한 책 유난한 도전에서 ‘토스는 송금을 넘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을 궁극적인 모습으로 그리면서 ‘기존 금융과 다르게 스트레스 없는 심플한 슈퍼 금융앱’을 지향한다. 토스팀 그들이 설정한 목표로 인해서 지금의 금융 편리함이 세상에 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이전의 불편함으로 돌아갈 용기가 도무지 없다.

토스는 콘텐츠에 신경을 쓴다. 단순히 기능 업데이트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사회초년생 월급, 작고 귀여워 모으기 어렵다면’와 같이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사회적 가치를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토스의 콘텐츠는 토스가 심어놓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금융 접근성을 높인 유저가 지속적으로 토스를 이용하여 토스를 통해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만드는 디테일이다.

토스와 함께했던 지난 7년은 정말 훌륭했다. 7년 사이에 스마트폰을 적어도 4번은 바꾼 것 같은데 토스는 항상 디폴트 앱이었다. 이제 정말 토스 앱이 없으면 생활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커가는 앱으로서 토스의 토스다운 앞으로가 계속 궁금해진다. 미래가 궁금해지는 브랜드는 늘 짜릿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