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자산에 대해 고민 들어갑니다.

최근 들어 부쩍 ‘회사에서의 신뢰 자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롱블랙에서 읽은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님’에 대한 글도 이 생각에 불을 키웠다. ‘회사에서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신뢰받을까?’부터 ‘내가 속한 팀의 구성원과 리더에게 내가 느끼는 신뢰’는 어느 정도이고, ‘회사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본 ‘신뢰 자산’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글로 풀어본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글은 ‘신뢰 자산’에 대한 내 생각을 풀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있다. ‘신뢰 자산을 잘 쌓는 방법’이라든지, ‘신뢰 자산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와 같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을 예정이다.

‘신뢰 자산’도 기본적으로 ‘자산’이기 때문에 회계에서의 자산을 구성하는 ‘자본’과 ‘부채’의 개념에 빗댈 수 있을 것 같다. (자산 = 자본 + 부채)

신뢰 자산에서 ‘자본 신뢰’는, 현재의 내가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거나 다른 어떤 사람이 툭 건드려도 바로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정도의 ‘내가 가진 신뢰’라고 정의해본다. ‘부채 신뢰’는, 그동안 쌓아둔 어느 정도의 신뢰인데, 나 스스로가 가지고 있지는 않고 보통 ‘인정’이라는 단어로 포장돼서 ‘인정받은 만큼 증명해야/되갚아야’ 하는 신뢰로 볼 수 있다.

보통 ‘집을 구한다’고 하면 내가 가진 어느 정도의 자본(최대한의)과 은행으로부터 비롯된 (대부분의) 부채(대출)의 조화로운 결과를 말한다. 신뢰 자산도 집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가진 신뢰와 상대에게서 오는 신뢰를 조합한 결과다.

나와 리더와 회사의 신뢰 자산

그러면 회사에서의 신뢰 자산은 어떤 자본과 부채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나와 나의 리더와 나의 회사에 대한 신뢰 자산을 각각 고민해보았다.

나의 신뢰 자산

지금의 회사에서 나에 대한 신뢰 자산을 구성하는 자본 신뢰와 부채 신뢰를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 회사를 (다른 크루에 비해서) 비교적 오래 다녔다는 사실 - 자본 신뢰
• 회사에서 여러 포지션, 여러 팀을 거치면서 경험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그 결과물, 그에 동반된 업무 실력 - 자본 신뢰
• 만들어진 ‘주어진 일을 진취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업무적 이미지 - 부채 신뢰
• 회사에서 지급받는 금전적 신뢰 (급여)* - 부채 신뢰
•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며 비즈니스 성공이라는 같은 End-Goal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료라는 믿음 - 부채 신뢰

*급여를 자본과 부채 중 어디로 묶어야 할지 고민을 조금 해보았는데, 받은 만큼 해낼 수 있어야 또는 해낼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반대급부라는 사실로 기울어서 부채신뢰로 선택했다.

부채 신뢰가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 같지만, 이정도라면 회사에서 ‘나’라는 크루는 자본성 신뢰와 부채성 신뢰의 적절한 조화가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리더의 신뢰 자산

팀원이라는 입장에서 나를 리딩해주는 팀 리더에 대한 신뢰 자산도 고민해 보았다.

• 나와 확실하게 차이 나는 업무적 역량이 있다. - (리더의) 자본 신뢰
• 나와 확실하게 차이 나는 경험의 깊이가 있다. - 자본 신뢰
• 나와 팀이 올바르고 동일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반문하고 고민하는 흔적이 있다. - 자본 신뢰
• 그 방향성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나 또는 팀이 선회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 부채 신뢰
•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떤 희생*도 먼저 나서서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 부채 신뢰

*희생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팀을 위한 목소리를 내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 자산을 의미한다.

확실한 건, 지금 함께하고 있는 나를 리딩해주는 현재의 리더는 이 회사에서 만난 그 어떤 리더보다 더 단단하고 자산적 가치가 큰 신뢰를 보유하고 있다. 내가 팀 리더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대부분 갖춰서 ‘내가 리더가 된다면 지금의 리더처럼 해봐야겠다.’라는 원금 상환형 부채 신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큰 행운이다.)

이렇게 보면 ‘리더’라는 크루는 팀원들의 기대감을 ‘역시’라는 인정으로 바꿀 수 있는 부채성 신뢰가 큰 파이를 차지하면서 ‘뚜렷한 능력’이라는 자본적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회사의 신뢰 자산

마지막으로, 회사가 가진 신뢰 자산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 회사의 코어밸류(핵심가치)에 맞춰서 문화와 업무수행 방식이 지켜지고 있는가? - (회사의) 자본 신뢰

사실 회사가 가져야 하는 신뢰 자산은 코어밸류 하나에서 생각을 멈추게 했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보여줘야 하거나 쌓아가야 하는 신뢰 자산은 회사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거나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코어밸류에 기반해야 하는 것 같다. 코어밸류에 기반하여 구성원이 최선과 열의를 다할 수 있는 환경인지 끊임없이 반문해보면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란 이름의 부채성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코어밸류를 잘 지켜나가면서 비즈니스적인 성과를 보여준다면 ‘안정감’이라는 자본적 신뢰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구성원들과 대결하는게 아니라 2인3각 달리기처럼 발맞춰 같은 골인 지점으로 달려가는 조직이기 때문에 코어밸류를 기반으로 한 회사의 신뢰 자산은 무엇보다 (특히 나에게) 중요하다.

정리해보면.

장황하게 돌아온 이 글의 결론은 다시, ‘신뢰 자산’을 ‘자산’의 한 종류라고 돌아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구한 집에서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화장실’ 정도인 상황과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리더와 회사에 대한 신뢰 자산’은 각각의 신뢰 자산 간에 어떤 찰떡궁합이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 개의 자산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성 신뢰와 부채성 신뢰를 어느 정도의 비율로 조합할지는 스스로가 정하면 된다.

중요한 건 어느 하나의 신뢰 자산이 다른 신뢰 자산을 지배하거나 보다 더 중요하다고 정해놓고 재고 따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회사에서 리더에게, 회사에 신뢰받을 수 있는 자산을 갖춰야 한다. 리더도 팀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나름의 신뢰 자산을 쌓아야 한다. (나도 언젠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회사도 계속 다니고 싶은 직장으로의 신뢰 자산이 필요하다.

세 개의 신뢰 자산에 대한 어떤 축이 무너지고 있다면, 내가 보유했거나 어떤 다른 자산 쪽에서 보유하고 있던 부채성 신뢰 자산의 만기가 도래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