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Pietro Rampazzo

나는 오늘 정들었던 코드스테이츠와 이별했다.(2023년 9월 22일 기준) 햇수로는 4년, 근무 연수로는 3년의 시간을 함께했다. 나는 함께 치열하게 근무했던 동료들에게 "청춘의 뜻깊은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뉘앙스의 말을 자주 했었다.

그 순간에는 길었고, 되돌아보니 한순간이었던 코드스테이츠에서의 3년을 정리해 본다.
(글이 깁니다. 스크롤을 훅훅 넘기면서 대강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코드스테이츠에서의 경험들

시작은 수강생으로

코드스테이츠와의 시작은 SW 부트캠프 22회차의 수강이었다. 웹 개발자로의 전직을 꿈꾸면서 4.5개월 정도의 압축적인 개발 공부를 했다. 학습 기간에 코드스테이츠에서 제공해준 학습 경험에 충분히 몰입하였기에, 수료생에게만 열리는 인턴 포지션에 지원하여 코드스테이츠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턴 기간동안 다른 인턴 동료들과 함께 추가 공부를 하면서도 코드스테이츠에서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배우는 것에 집중했다. 스타트업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업무 SaaS 툴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다. 툴을 정말 잘 다루고 싶어서 입사 한 달 동안은 모든 툴을 바닥부터 익히는 것에 집중했다. 이 기간의 경험이 뒷날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업무와 프로세스에 빠르게 적응하였다고 인정받았는지, 입사 3개월 차에 정규직 전환 제의를 받았다. 내가 수강했던 전체 과정을 운영하는 포지션이었다. 내가 수강하던 시절에도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나은 수강 경험을 만들기 위해 정규직 전환 과정을 밟았다.

코스를 만들어가고 운영 정책을 수립했다.

코스 운영 포지션에서는 정말 다양한 일을 했다. 전환되는 기간에 내가 담당한 코스는 커리큘럼과 운영 정책에 대격변을 일으키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고, 나는 바로 투입되어 새로운 운영 정책을 수립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빌드하는 일을 했다.

운영일을 하면서 1000여명 정도의 수강생, 수료생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다양한 실시간 세션을 진행하면서 많은 수의 고객과의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만드는데 혁혁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기간에는 동료와 정말 즐겁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동일 업계에서 비슷한 과정으로 다양한 경쟁 업체들이 쏟아져 나오던 기간이었다. 기존의 업무를 더 탄탄하게 다듬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동료애를 끈끈하게 만들었다.

쉬고나서 다른 점프로 도약했다.

너무 빠르게 혼란스럽게 달렸던 게 문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몸의 문제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한 달간 휴식기를 가졌다. 코스 전체 운영을 총괄하는 스몰 리더십에서도 내려오고, 회사 일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도 내려놓고, 틀어진 사람과의 관계도 일단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쉬고 돌아와서는 교육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PM 일을 했다. 특히 수료를 앞뒀거나 이미 수료한 고객의 커리어 전환 경험을 만드는 교육 제품을 만들었다. (교육 경험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코칭을 위해 부산 출장도 가고 모의 면접도 해주면서, 다른 사람 삶의 전환이 성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PM일을 하면서 교육 과정에 숨어있던 데이터를 많이 찾아내서 내가 담당한 과정에 개선이 필요한 포인트는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기존의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서 지표를 키우는 경험도 했다. 내가 기대했던 다이내믹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고 무엇이 발목을 잡는 요소였는지 회고하여 반성했었다.

새로운 팀에서 또 다른 시너지를

퇴사하기까지 근무했던 팀으로 옮겨왔다. 교육과정 지원자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일을 하는 진단평가팀에서 선발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양한 진단 제품을 만들었다. 완전히 새로운 팀원들과 완전히 새로운 일을 했다. 나에게 업무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성질(?) 또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건너온 팀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지원자를 평가하는 도구(시험 문제와 같은 제품)를 만들고, 도구를 기반하여 지원자를 평가하는 일을 주로 했다. 팀의 방향성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는 기업 고객의 IT 역량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였다. 특히, 개별 진단자의 역량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개인 리포트를 웹으로 개발하는 일에 집중했다.

옮겨간 팀에서는 팀원들과 제품과의 시너지가 특히 남달랐다. 팀과 팀 제품의 생존에 헌신했던 기간에는 다들 각자의 역할에서 몰입했다. 팀이 새로운 방향성을 찾았을 때에는 새롭게 구성된 파트원들과 한 번에 3 ~ 4개의 프로젝트를 돌려가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몰입하여 헌신했던 1년을 끝으로, 오늘 퇴사하게 되었다.

코드스테이츠에서 경험한 가장 힘든 순간

"한결님, 코드스테이츠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어떤 순간을 말하지?'라고 혼자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었다. 쉬웠던 일은 하나도 없었던 게 맞고, 극복 과정이 순탄하게만 흘러갔던 기억도 찾아보면 없다. 그럼에도 굳이 꼽는다면 아무래도 '휴직을 결정했던 순간'이 맞을 것 같다.

1년 3개월 정도 근무하고 나서 나는 휴직을 결정했다. 모든 동료 크루들이 나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던 순간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이 망가져 있었다.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이해하기 힘든 '벅참'이 매일매일을 짓눌렀던 기간이 있었다. 못 해내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불안은 주변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당시 내가 판단하기에)

그동안 너무 쉬지 않았던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2021년에 쌓인 연차와 대체 휴가가 26개가 넘었으니 말이다.) 감사하게도 모두 나의 휴직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안전한 울타리가 만들어진 느낌을 가진 채로 한 달간의 휴직 기간을 가졌다.

휴직 기간에 온전히 내 삶에 집중하여 통제하는 삶을 살았다. 매일매일 한겨울 등산을 하면서 체력을 다졌고, 명상을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쌓았다. 롱런을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휴직 이후에 복귀해서는 다시 '코드스테이츠의 강한결'로 폼을 만들었다. 오히려 더 폼이 좋아져서 그 후의 1년 7개월을 정말 다양한 경험으로 채울 수 있었다.

코드스테이츠에서 경험한 가장 즐겁거나 행복한 순간

"한결님, 코드스테이츠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대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도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로 꼽기는 힘들 것 같아서 지난 회사에서의 경험까지 복기해봤다. 그렇게 하다 보니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의 즐거웠던 순간에 함께했던 동료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의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에 집착했었다. 좋은 관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었다. 실제로 이 명제가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참으로 밝혀졌다. 코드스테이츠에서 경험했던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은 좋은 관계를 맺은 동료들과 일에 몰입하여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던 모든 과정인 것 같다.

그렇게 즐겁게 일한 동료들에게서 솔직한 피드백을 듣는 것은 오히려 즐거웠다. 좋은 사람인 척하고자 하지 않아서 동료들이 나를 솔직하게 바라봐준 것 같다. 나도 그 동료들에게 선하고 즐거운 시너지로 남았으면 좋겠다.

코드스테이츠에서의 마지막을 선택하면서

2023년의 코드스테이츠를 경험한 모든 크루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회사가 어려워 진 것은 크루들이 일을 못해서가 절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생존을 위해 대단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 진 건 어쩔 수 없는 파도였다.

2년 10개월 이상 고생했던 회사에서 더는 나의 다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퇴사를 결심했다. 내가 쏟을 수 있는 노력에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휴직을 통해 경험한 것처럼, 쉼이 필요할 때는 다음의 성장을 고민하면서 푹 쉬면 되겠다고 결정했다.

회사에 대한 불만과 고용 안정성이 흔들려 내가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에 더 이상의 불만을 품으면 나만 손해였다. 그럼에도 내가 열정적으로 근무했던 코드스테이츠가 다시 안정권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관계 정리를 한 연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응원과 같은 거랄까.

그래서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의 '나'는 어떨까?

책 ⌜일을 잘한다는 것⌟ 을 읽어서 알게 된 '일에 대한 센스(감각)'가 있다. 코드스테이츠에서 보낸 약 3년의 경험은 나에게 일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경험이었다. 데이터 적으로 증명하기 힘들 수 있는 '일에 대한 감각'을 쌓았다. 이 감각이 사라지지 않게 유지하는 건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과제다.

요즘은 팀 업무로 인해 미뤄뒀던 (전부 핑계이지만 유용하다.) 개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에 꿈꾸기 시작했던 개발일에 집중하는 삶을 다시 꿈꾸려고 한다. 개발을 완전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주니어 개발자로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개발 공부를 하면서 개발자로 지원서도 낼 것 같다. 새로운 도메인에서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일을 해보고자 한다. (많은 연락 부탁합니다!!)

그리고 러닝에 완전히 빠져있다. 러닝으로 건강한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다. 거의 매일 러닝을 한다. 좋은 습관으로 굳혀서 또 다른 삶의 시너지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나의 특정한 직업으로 내 삶 전체를 한정 짓지 않으려고 많이 고민한다. 고민이 쌓이면 러닝으로 다시 비워내기를 반복한다. 여유가 전혀 없는 세상이지만 여유를 가져보려고 노력 중이다.

---

러닝에서는 '세레모니 러닝'이라는 달리기 방식이 있다. 골에 도착하기 직전의 느낌을 가지면서 기존에 유지하던 페이스와는 전혀 다르게 자유로운 러닝을 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새로운 목표(골)를 쫓아서 자유로운 페이스로 세레모니 러닝을 하고 있다. 목표에 어떤 모습으로 도달할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3년간의 러닝이 정말 좋은 근육이 되었음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